방음의 실패 원인

방음의 실패 원인

방음 시공을 하고 나서 재시공을 하는 흔한 이유를 설명한 글입니다.
개요
방음 공사를 했는데 효과가 없다는 불만은 생각보다 흔하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였는데 소리가 여전히 들리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재가 불량이었던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원리를 몰랐거나, 시공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거나, 애초에 방법을 잘못 선택한 경우다.

틈새
방음 실패의 70% 이상은 틈새에서 비롯된다.
1%의 틈이 50%를 날린다
벽 면적의 1%만 틈이 생겨도 차음 성능 절반이 날아간다. STC 50짜리 벽에 작은 구멍 하나 뚫리면 STC 25로 떨어지는 셈이다. 문 밑으로 빛이 새어 들어오는 정도의 틈, 콘센트 구멍 하나, 배관이 지나가는 곳의 빈틈. 이런 사소해 보이는 곳 하나가 전체 성능을 무너뜨린다.
틈이 생기는 위치는 대체로 정해져 있다. 문 아래가 가장 흔하고, 벽 양쪽에 마주보는 콘센트도 문제가 되기 쉽다. 배관이나 전선관이 벽을 관통하는 곳, 천장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 창틀 주변, 바닥과 벽 사이도 자주 놓치는 곳이다.
어쿠스틱 실란트
일반 실리콘은 굳으면서 수축하고, 시간이 지나면 갈라지기 마련이다. 어쿠스틱 실란트는 경화 후에도 유연성이 남아서 건물이 팽창하거나 수축해도 밀봉 상태가 유지된다. 밀봉이 부실한 벽은 STC 10점 이상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플랭킹
소리가 벽을 뚫지 않고 우회하는 현상이다. 벽을 아무리 두껍게 쌓아도 천장이나 바닥, 덕트를 타고 소리가 넘어가버리면 의미가 없다.
주요 경로
콘크리트 바닥이나 벽이 두 공간에 걸쳐 연속되어 있으면 진동이 그대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 한국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이 유독 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벽식 구조는 기둥과 보 없이 벽체가 위아래층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소리가 다른 층까지 퍼져나간다.
상업 건물에서는 천장 위 공간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칸막이 벽이 천장 타일까지만 올라가고 그 위는 트여 있는 구조다. 학원이나 스터디카페, 사무실 대부분이 이렇게 되어 있어서 옆 공간 대화가 선명하게 들린다.
공조 덕트가 여러 방을 연결하면 그 자체가 소리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 배관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철제 배관은 소리 전달 효율이 높다.
대책
벽은 천장 타일이 아니라 슬래브까지 올려야 하고, 바닥과 천장은 구조체에서 분리해야 한다. 덕트에는 소음기를 설치하고, 배관이 벽을 관통하는 곳은 방진 처리가 필수다.

공진
이중벽 공진
이중벽을 만들면 두 벽 사이의 공기층이 스프링처럼 작동한다. 특정 주파수에서 공진이 발생하면 오히려 단일벽보다 소리가 더 잘 통과하는 현상이 생긴다.
이 공진 주파수는 대개 60~100Hz 대역에 형성된다. 남자 목소리의 저음역, 베이스 음악, 차량이 지나가는 소리와 겹치는 구간이다. 이중벽으로 시공했는데 저음이 오히려 더 잘 들린다면 이 공진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공기층을 넓히면 공진 주파수가 낮아지고, 공기층에 흡음재를 채우면 공진 자체가 줄어든다. 벽체를 무겁게 하거나 그린글루 같은 제진재를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코인시던스
모든 판재에는 특정 주파수에서 소리가 거의 그대로 투과되는 현상이 존재한다. 음파의 파장과 판재의 굽힘 진동 파장이 일치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16mm 석고보드의 경우 2,500Hz 부근에서 이 현상이 나타나는데, 공교롭게도 사람 목소리의 고음역과 겹친다.
두께나 재질이 다른 판재를 조합해서 쓰면 이 현상을 분산시킬 수 있다.

시공 실수
레질리언트 채널
석고보드를 구조체에서 띄워 진동 전달을 차단하는 부자재다. 이론상으로는 STC 5~8점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장에서 제대로 시공되는 경우가 절반도 안 된다는 점이다. 실패율이 90%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다.
실수 패턴은 대체로 비슷하다. 채널을 뒤집어서 달면 석고보드 무게에 눌려 스터드에 밀착되어버린다. 나사 길이가 길면 채널을 관통해서 스터드에 직접 박힌다. 채널 끝이 옆 벽에 닿거나, 시공 후 가구를 벽에 밀착시키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사라진다. 어딘가 한 곳이라도 강체 접촉이 생기면 진동이 그대로 타고 넘어간다.
방진 클립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 고무가 진동을 흡수해주기 때문에 나사가 구조체에 닿더라도 진동 분리 상태가 유지된다. 시공 실수 여지가 적고 성능도 우수해서 STC 10~15점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린글루
4x8 석고보드 한 장당 2튜브가 표준 용량이다. 3튜브를 넘기면 오히려 성능이 저하된다. 접착제가 아니기 때문에 나사 고정은 별도로 해야 하고, 반드시 석고보드 사이에 도포해야 한다. 스터드에 직접 바르면 효과가 없다. 도포 후 15분 이내에 합판해야 하며, 제 성능이 발현되기까지는 약 30일이 소요된다.

자재 선택 실수
흡음재로 차음하기
방음 실패 사례 중 가장 흔한 유형이다. 스펀지나 계란판을 붙이면 방음이 될 거라는 착각. 결론부터 말하면, 안 된다.
흡음재는 실내 울림을 줄여주는 것이지, 옆방 소리를 막아주는 게 아니다. 스펀지를 벽 전체에 붙여도 옆방 TV 소리는 그대로 들린다. 옆방 소리를 막으려면 석고보드나 MLV 같은 질량이 있는 차음재가 필요하고, 층간 발소리를 줄이려면 방음 매트나 플로팅 플로어 같은 충격음 저감재가 필요하다.
방음 페인트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도막 두께가 밀리미터 단위에 불과해서 물리적으로 차음이 될 수 없다. 제조사 주장대로 2~4dB 감소가 있다 하더라도 중고음 일부 대역에 한정된 얘기고, 저음에는 효과가 없다.
폼보드
스티로폼(EPS)이나 압출법 폴리스티렌(XPS)으로는 방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독립 기포 구조라 흡음이 안 되고, 밀도가 낮아서 차음도 안 된다. 오히려 특정 주파수에서 공진만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단열 성능과 방음 성능은 별개의 문제다.

문과 창문
문
벽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결국 문이다. 벽체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문이 약하면 전체 성능이 문 수준으로 떨어진다.
속이 빈 플러시 도어는 STC 20~25 수준에 불과하다. 벽 면적의 20%를 차지하는 문이 STC 20이면, STC 48짜리 벽도 합성 STC 27로 추락한다. 속이 찬 솔리드 도어가 STC 27~30으로 다소 낫지만 여전히 취약하다. 제대로 된 차음 성능을 원한다면 STC 45~55급 방음문을 써야 한다.
그런데 문짝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틈이다. 문 하단과 문틀 사이로 소리가 새어나간다. 도어 바텀 실과 문틈 가스켓 설치는 필수다.
창문
일반 복층유리는 STC 28~32 수준이다. 3mm 단층 유리 한 장이 STC 27 정도이니 복층이라고 해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복층유리가 방음에 취약한 이유가 있다. 두 장의 유리가 같은 프레임 안에서 함께 진동하기 때문이다. 단열 목적의 12~16mm 공기층으로는 방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의미 있는 방음 효과를 얻으려면 공기층이 100mm 이상 필요한데, 일반 창호 시스템으로는 구현이 어렵다.
비대칭 복층유리는 두 유리의 두께를 다르게 해서 공진점을 분산시킨 것으로, STC 34~38 정도 나온다. 접합유리는 유리 사이에 PVB 필름을 삽입한 것으로 STC 35~40까지 올라간다. 방음이 중요한 상황이라면 기존 창에서 100mm 이상 이격시켜 이중창을 설치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저주파
저주파는 방음에서 가장 까다로운 영역이다. STC 측정 자체가 125Hz 이하는 평가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STC 60짜리 벽이라도 저주파는 통과한다.
왜 어려운가
파장이 길어서 구조물을 쉽게 우회한다. 100Hz 소리의 파장은 3.4m에 달한다. 질량으로 막으려면 상당한 중량이 필요하고, 흡음재로 제어하려면 비현실적인 두께가 요구된다. 게다가 저주파는 구조물 자체를 진동시켜서 고체음으로 전달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막나
질량만으로는 이중벽 공진 문제가 생기고, 디커플링만으로는 저주파 대역에서 효과가 제한적이다. 결국 두 가지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
홈시어터나 스튜디오에서는 서브우퍼를 바닥에서 분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방진 패드 위에 올려두면 바닥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저주파까지 확실히 막으려면 결국 룸 인 룸 구조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기존 공간 안에 독립된 구조물을 새로 만들어서 내부와 외부가 물리적으로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실험실과 현장의 차이
제조사가 광고하는 STC는 실험실 측정값이다. 현장에서 측정하면 대개 5점 정도 낮게 나온다. International Building Code에서도 실험실 STC 50을 요구할 때 현장 측정은 FSTC 45면 통과로 인정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현장 성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실험실은 플랭킹 경로가 완전히 차단된 이상적인 환경이다. 현장에는 시공 오류가 있고, 틈새가 있고, 플랭킹 경로가 있다. 덕트와 배관이 벽을 관통하고, 문과 창문이 달려 있다.
설계 단계에서는 목표치보다 3~5점 높은 STC를 기준으로 잡는 것이 현실적이다.

한국 아파트의 구조적 한계
벽식 구조
한국 아파트의 98%가 벽식 구조다. 기둥과 보 없이 벽체가 하중을 지탱하는 방식으로, 공사비가 저렴하고 공간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층간소음에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벽식 구조에서는 충격이 내력벽을 타고 다른 층으로 전파된다. 윗집 발소리가 옆집에서 들리는 경우도 있다. 소음 원인이 바로 윗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2014년 5월부터 신축 공동주택의 슬래브 두께가 210mm 이상으로 의무화됐다. 그 이전에는 120~150mm에서 180mm로, 다시 210mm로 단계적으로 강화되어 온 것이다. 슬래브가 두꺼워지긴 했지만 벽식 구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어서 층간소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중량충격음
아이가 뛰는 소리, 무거운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 같은 중량충격음은 구조체를 통해 직접 전달된다. 아래층에서 천장에 방음 처리를 해도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솔직히 그 비용이면 윗집에 좋은 방음 매트를 선물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결론
방음 성능은 가장 취약한 부분이 결정한다. 한 곳만 뚫려도 나머지가 의미를 잃는다.
틈새 밀봉, 플랭킹 경로 차단, 적절한 자재 선택, 정확한 시공, 문과 창문 보강, 저주파 대책, 현장 손실 감안. 이 모든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방음이 된다.

참고 문헌
ASTM E90(실험실 측정), ASTM E413(등급 산정), ASTM E336(현장 측정). International Building Code Section 1206에서 세대간 경계벽 STC 50 또는 현장 NNIC 45 요구.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의2 (2013년 5월 개정, 2014년 5월 시행). 벽식 구조 슬래브 두께 210mm 이상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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