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만으로는 조용한 스튜디오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

방음만으로는 조용한 스튜디오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

접지 문제로 발생하는 노이즈플로어의 이유를 설명하는 글입니다.
낮게 깔린 노이즈가 스피커 볼륨을 올리면 들리는 경우가 많다.
스피커에서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마이크에서도 문제가 된다. 녹음하면 같이 딸려 들어간다.

그렇다고 플러그인으로 저역 노이즈를 잘라버리면 킥이랑 베이스도 같이 잘려나간다.
노이즈의 해결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이즈의 원인을 알아야한다.
프리앰프 안에서 일어나는 일
프리앰프든 인터페이스든, 안에는 신호를 증폭하는 핵심 부품인 오피앰프(Op-Amp)라는 칩이 들어있다. 이 칩을 뜯어보면 BJT(Bipolar Junction Transistor) 같은 트랜지스터 수십 개가 연결되어 있는데, 설계를 이해하는 것보다 BJT가 신호를 읽는 방식을 아는 게 오디오 관점에서는 더 중요하다.
이미지
1968년 Fairchild Semiconductor에서 출시된 범용 연산 증폭기 μA741.
V신호=V입력−V접지V_{신호} = V_{입력} - V_{접지}
입력과 접지의 차이를 읽는 구조다. 접지가 0V로 고정되어 있으면 입력 10mV는 그냥 10mV로 읽힌다. 여기서 중요한 건 Op-Amp가 "절대적인 전압"을 읽는 게 아니라 "두 점 사이의 전위차"를 읽는다는 점이다. 접지를 기준점으로 삼아서 입력이 그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측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준점 자체가 안정적이어야 측정도 정확하다.
접지가 흔들리면?
접지 전위가 60Hz나 120Hz로 출렁거리고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60Hz는 교류 전원의 기본 주파수이고, 120Hz는 그 2차 고조파인데, 전원 관련 노이즈는 대부분 이 두 주파수 또는 그 배수에서 발생한다.
원래: 10mV - 0mV = 10mV 

접지 오염 시:
10mV - (+1mV) = 9mV
10mV - (-1mV) = 11mV
9~11mV로 1초에 60번 변하는 신호가 증폭된다. 프리앰프 이득이 100배면 ±1mV가 ±100mV가 되고, 마이크 프리앰프처럼 이득이 1000배(60dB)까지 올라가는 경우에는 ±1mV가 ±1V까지 커질 수 있다. 마이크 레벨 신호가 워낙 작기 때문에 높은 이득이 필요한데, 그만큼 접지 오염에도 취약해진다.
±1mV×100=±100mV\pm 1\text{mV} \times 100 = \pm 100\text{mV}
100mV가 얼마나 큰지 계산해보면
라인 레벨 기준: +4 dBu (약 1.23V)
노이즈 레벨:    100mV (약 -18 dBu)

차이: 22dB
85dB로 모니터링하면, 신호가 85dB일 때 노이즈는 63dB로 깔린다. 63dB면 일반적인 대화 수준의 음량이고, 조용한 구간에서 이 정도 노이즈가 깔려 있으면 꽤 거슬린다. 음악이 재생 중일 때는 마스킹되어서 안 들리지만, 곡 시작 전 무음 구간이나 페이드아웃 끝부분에서 드러난다.
접지는 왜 흔들리나
장비가 한 대면 괜찮은데, 여러 대일 때 문제가 생긴다. 모든 장비가 같은 접지점을 공유하면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현실에서는 두 장비의 접지점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물의 전기 배선을 생각해보면, 접지선은 분전반에서 각 콘센트까지 구리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구리선에는 저항이 있고, 같은 회로에 연결된 다른 장비들이 전류를 끌어다 쓰면 그 전류가 접지선을 타고 흐르면서 전압 강하를 일으킨다. 옴의 법칙(V=IR)에 따라 전류가 흐르는 도체에는 반드시 전압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같은 멀티탭에 연결된 장비들 사이에서는 이 전위차가 수 mV 정도지만, 서로 다른 콘센트에 연결되어 있으면 10~100mV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조명 디머, 냉장고, 에어컨처럼 큰 전류를 단속적으로 끌어다 쓰는 장비가 같은 회로에 있으면 접지 전위가 수시로 출렁거린다.

이 전위차가 오디오 케이블 차폐선을 타고 신호에 섞이는 경로를 이해해야한다. 오디오 케이블의 차폐선은 양쪽 장비의 그라운드에 연결되어 있는데, 두 장비의 접지 전위가 다르면 차폐선에 전류가 흐른다. 이 전류가 케이블의 임피던스를 만나 전압으로 변환되고, 이게 신호선에 유도되어 노이즈로 나타난다.
방음과 전기가 따로 놀 수밖에 없는 이유
한국에서 방음공사는 실내건축업이고 전기공사는 전기공사업이다. 법적으로 업종이 나뉘어 있어서 서로의 영역을 넘기 어렵다. 전기공사업 면허 없이 전기 작업을 하면 불법이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전기 업체는 음향 장비의 특수성을 모른다. 일반적인 전기 시공 기준에서 접지는 안전을 위한 것이지, 신호 품질을 위한 게 아니다. 누전 시 감전을 방지하고 과전류를 차단하는 게 목적이라서, 접지 저항이 규정 이하면 합격이다. 그 접지가 60Hz로 수십 mV씩 흔들리든 말든 검사 항목이 아니다.

방음 업체는 소리 막는 데 집중한다. 차음재 밀도, 공기층 두께, 진동 전달 경로 차단 같은 건 전문이지만, 전기 노이즈는 영역 밖이다. 콘센트 위치 정도는 협의하지만 접지 설계까지 관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접지 설계는 누구 영역도 아닌 채로 남는다. 스튜디오는 외부 소음을 막아서 노이즈플로어를 낮추는 게 핵심인데, 방음에만 수천만 원을 들이고 나서 전기 노이즈 때문에 노이즈플로어가 올라가 있으면 투자 대비 효과가 반감된다. 방음 설계와 전기 설계를 동시에 고려한 통합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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